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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새결송 - 作者不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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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자소설
▣ 작품 분석  :  황새결송  - 작가 미상
▣ 요점 정리
* 갈래 : 고전 소설, 한글 소설, 풍자 소설, 송사 소설, 단편 소설 
* 성격 : 비판적, 풍자적, 우화적 
* 구성 : 액자식 구성 
* 주제 : 부패한 지배층에 대한 비판과 풍자 
* 작자·연대 미상의 고전소설. 국문본. 
* 특징 : 이 작품은 이야기 속에 다른 이야기를 곁들인 단편이다. 당시 조선사회 송사의 부패된 양상과 한국 씨족사회의 병폐를 파헤친 풍자문학으로, 우화이기는 하지만 한국문학의 걸작에 들어갈 만하다. 제재 자체도 그렇고 당시 사회의 부패상을 그린 사회소설적 성격을 띠고 있다.
* 출전 : 1848년에 간행된 목판본 ≪삼설기 三說記≫에 실린 작품 중의 하나이다. 3책 6편의 ≪삼설기≫와 활자본에는 〈황새결송〉이 수록되어 있지 않고, 3책 9편본과 서울대학교 소장본인 ≪금수전 禽獸傳≫에 〈녹처사연회 鹿處士宴會〉와 함께 실려 있다.

▣ 감상과 이해 
- '황새결송(決訟.확정판결)'은 18∼19세기에 창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국문 송사소설이다. 이 작품을 통해 우리는 재물을 둘러싸고 빚어지는 송사 비리의 현실을 보다 가까이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 황새결송은 뇌물에 의해 조종되는 송사의 처리과정을 사실적으로 그려냄으로써 지배층의 부패상을 여지없이 풍자. 비판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내가 노린 일확천금은 그것이 비록 실증법상의 불법은 아닐지라도 직.간접적 관련 당사자들의 피눈물을 자아내기 일쑤이다. 하물며 부당한 방법으로 자행하는 일확천금의 음모들이 횡행하는 오늘날에 있어서랴? 재물 때문에 발생한 송사가 또 다른 재물(뇌물)이나 권력의 힘에 의해 문드러지고 있는 부정 부패의 현실을 '황새결송'이란 고전이 새삼 일깨워주고 있는 것이다. (이헌홍.부산대 교수) 
- 액자 안의 따오기는 액자 밖의 친척에 상응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비열한 수를 쓰는 인간형을 제시한다. 따오기는 약삭빠르게 처세할 줄 아는 인물이다. 다만 액자 안의 따오기의 사전교섭이 '최고의 노래솜씨' 라는 자부심, 즉 명예에 관련한 것이고-외면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실질적으로는 자신의 진정한 명예를 저버린 반어적 상황이지만- 액자 밖의 친척의 송사와 사전교섭이 '돈'에 관한 물욕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차이를 보인다. 동물에 있어서의 '최고의 목소리'라는 자부심과 명예가 인간에 있어서의 '돈'으로 대치된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는 상업이 발달하고 자본주의의 맹아가 움트기 시작하면서, 명예를 지키는 가난한 사대부보다 돈을 많이 모은 상인 등이 실질적으로 더 많은 권력과 존경을 받던 조선 후기의 사회적 상황과도 관련된 것이라 여겨진다.

■ 날짐승의 의인화를 통한 풍자소설 
- 난봉군이자 불량배 방탕아가 관리와 결탁하여 승소를 하게 되고 근근히 저축해 모은 재산을 탈취해 가는 사건은 따오기가 황새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뇌물을 주어 오판(誤判)을 강요하는 사실과 좋은 대조를 보인다. 공정치 못한 이런 판결은 오늘의 사회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사건으로 재판관 또는 위정자들의 부정과 부패를 상징하고 있다.
▣ 줄거리 : 
옛날 경상도 땅에 일년 추수가 만석이 넘는 큰 부자가 있었다. 하루는 일가친척이기도 한 패악무도한 자가 찾아와서는 같은 자손으로 혼자만 잘 사는 것을 비난하며, 만일 재산의 반을 나누어주지 않으면 살지 못하게 하겠다고 협박한다. 
동리사람들은 그의 몹쓸 심사를 익히 아는지라 관가·감영에 소송을 내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라고 부자에게 권한다. 부자는 이를 옳게 여겨 그를 데리고 함께 서울로 올라와 형조에 위와 같은 사연을 올린다. 그러나 관원은 뒷날 재판시에 처결하리라 한다. 
부자는 자신의 옳음을 믿고 요령없이 전혀 아무도 찾아보지 않고 있는 반면에, 그 무거불측한 자는 여러 수단을 써서 자기에게 재판이 유리하게 전개되도록 마련해둔다. 이에 재판날이 되어서 부자는 봉욕과 함께 그가 달라는 대로 나누어주라는 판결을 받는다. 
부자는 분함을 이기지 못하여 짐짓 다음과 같은 이야기 하나를 꾸며 들려주겠다고 하며 거기에 빗대어 자기의 억울한 사연을 호소한다. 즉, 꾀꼬리·뻐꾸기·따오기의 세 짐승이 서로 자기의 우는 소리가 가장 좋다고 다투다가 결판을 얻지 못해 관장군(莖將軍) 황새를 찾아가 송사한다. 
한편, 따오기는 스스로 제 소리가 가장 못함을 알고 청을 넣어 좋은 결과를 얻고자 황새가 좋아하는 여러 곤충들을 잡아 바친다. 황새는 반갑게 따오기를 맞아들여 온 연유를 묻는다. 
따오기는 꾀꼬리와 뻐꾸기와 더불어 소리겨룸을 한 것을 말하고는 미리 청이나 하고자 하는 자신의 의도를 밝혀, 명일 송사에 아래 ‘下(하)’자를 윗 ‘上(상)’자로 뒤집어 주도록 은근히 부탁해둔다. 
날이 밝아 세 짐승이 황새 앞에 와 송사를 하며 처분해 주기를 바라니, 황새는 세 짐승으로 하여금 각기 소리를 내도록 한다. 황새는 꾀꼬리의 소리는 애잔하여 쓸데없다고 내치고, 이어 뻐꾸기의 소리는 궁상스럽고 수심이 깃들여 있다 하여 내친다. 
이어서 따오기의 소리가 가장 웅장하다 하여 그것을 상성으로 처결해 주었다. 부자가 이 이야기를 통하여 뇌물을 주고받아 물욕에 잠겨 그릇된 판결을 내린 서울의 법관들을 비꼬니 형조관원들이 대답할 말이 없어 부끄러워하였다.

황새결송

옛날 경상도 땅에 한 사람이 있으니 대대 부자로 1년 추수가 만석에 지나니, 그 사람의 무량대복(無量大福)을 가히 알지라. 일생 가산이 풍비하여 그릴 것 없으며 이웃 사람이 송덕(頌德) 아니 하는 이 없더라. 그 중 일가에 한 패악무도(悖惡無道)한 놈이 있어 불분동서(不分東西)하고 유리표박(流離漂迫)하여 다니더니 일일은 홀연 이르러 구박하여 가로되, 
“너희는 좋이 잘 사는구나. 너 잘 사는 것이 도시 조상전래지물(祖上傳來之物)이니 우리 서로 동고조자손(同高祖子孫)으로 너만 홀로 잘 먹고 잘 입어 부족한 것 없이 지내니 어찌 애닯지 아니하리요. 이제 그 재물을 반을 나누어 주면 무사하려니와 그렇지 아니하면 너를 살지 못하게 하리라.”
하고, 종야(終夜)토록 광언망설(狂言妄說)을 무수히 하며 심지어 불을 놓으려 하더니, 동네 사람들이 그 거동을 보고 그 놈의 몹쓸 심사를 헤아리매 차마 분함을 이기지 못하여 가만히 주인 부자를 권하여 가로되, 
“그 놈을 그저 두지 말고 관가를 정하거나 감영(監營)에 의송(議送)  백성이 고을 원에게 패송(敗訟)당하고 다시 관찰사(觀察使)에 상소(上訴)하는 일을 하거나 하여 다시 이런 일 없게 함이 좋을까 하노라.”
하니, 그 부자 이 말을 듣고 옳이 여겨 가로되, 
“이 놈은 좀처럼 숙이지 못할지라, 서울 올라가 형조(刑曹)를 정하여 후환을 없게 하리라.”
하고, 그 놈을 이끌고 함께 서울로 올라오니라. 이 부자는 본디 하향(遐鄕)에 있어 좀처럼 글자도 읽으며 상(尙)시(詩)에 박람(博覽)하여 구변도 있으며 주제넘은 문자도 쓰더니, 이러한 일을 당하매 득송(得訟)을 단단히 하리라 하고 분하고 절통함을 이기지 못하여 이 놈을 형추정배(刑推定配)하여 다시 꿈적 못 하게 하리라 하고 경성에 올라와 형조를 찾아 원정(原情) 사정을 하소연함을 올려 가로되, 
“소인은 경상도 아무 고을에서 사옵더니 천행으로 가산이 풍족하오매 자연히 친척의 빈곤하온 사람도 많이 구제하오매, 소인의 일가 중 한 놈이 있어 본디 허랑방탕하므로 가산을 탕패(蕩敗) 재물을 다 써서 없앰하고 동서로 유리(流離)하옵기로 불쌍히 여겨 다시 집도 지어 주며 전답도 사주어 아무쪼록 부지하여 살게 하오매, 그 놈이 갈수록 고이하여 농사도 아니 하옵고 온갖 노름하기와 술먹기를 좋아하온되, 그 가장(家藏)을 지탱치 못하와 일조에 다 팔아 없게 하옵고 또 정처없이 다니기를 좋아하옵기로, 이제는 장사질이나 하라 하고 밑천 돈을 주면 또 어찌하여 없게 하고 다니며, 혹 1년 만에도 와서 재물을 얻어 가옵고 혹 2년 만에도 와 2,3백 냥 4,5백 냥을 물어 내기도 무수히 하옵더니, 요사이는 더구나 흉악하온 마음을 먹고 소인을 찾아와 발악을 무수히 하옵고 줄욕을 대단히 하오며, 재물과 전답을 반씩 나눠 가지지 아니하면 너를 죽여 없이하리라 하옵고 날마다 싸우며 집에 불을 놓으려 하오니, 이러한 놈이 천하에 어디 있사오리까. 차마 견디지 못하와 불원천리(不遠千里)하옵고 세세원정을 명정지하에 올리옵나니 복걸 참상 이시후에 이러하온 부도의 놈을 각별 처치하와 하방 백성으로 하여금 부지(扶支)하와 살기하옴을 천만 바라옵나이다”
하였더라. 관원이 그 원정을 자세히 보고 서리(胥吏)에게 분부하여,
“일후 좌기시(座起時) 관청의 우두머리가 사진(仕進)하여 일을 봄에 처결하리라”
하고 아직 추열(推閱) 죄인을 심문함치 못하더니, 여러 날이 되도록 좌기되기만 기다리매 그 사이 서리나 찾아보고 낌 낌새, 일이 되어가는 형편이나 얻을 일이로되, 제 이왕 그르지 아니하게 한 일을 전혀 믿고 아무 사람도 찾아보지 아니하고 그 절통한 심사를 견디지 못하여 그 놈 속히 죽기만 기다리고 있는지라. 그 놈이 비록 놀기를 즐겨 허랑무도(虛浪無道)하여 주유사방(周遊四方)하매 문견(聞見)이 너르고 겸하여 시속 물정을 아는지라. 이 대 송사에 올라와 일변 친구도 찾으며 형조에 청길을 뚫어 당상(堂上)이며 낭청(郎廳) 이조때 각 관아(官衙)의 당상관의 총칭이며 서리(胥吏) 사령(使令)까지 꼈으니, 자고로 송사는 눈치있게 잘 돌면 이기지 못할 송사도 아무 탈없이 득승(得勝)하노니, 이는 이른바 녹피(廘皮)에 갈왈자 녹비에 갈왈 주견없이 남의 말에 붙좇거나 일이 이리도 되고 저리도 되는 형편을 가리키는 말를 씀이라. 아뭏거나 좌기(座起) 날을 당하여 당상은 주좌(主座)하고 낭청들은 동서로 열좌(列座)하고 서리 등은 툇마루에서 거행할새 그 엄숙함이 비할 데 없더라. 사령에게 분부하여, 
“양측을 불러 들이라”
하고 계하(階下)에 꿇이며 분부하되, 
“네 들으라. 부자는 너같이 무지한 놈이 어디 있으리요. 네 자수성가(自手成家)를 하여도 빈(貧)족(族)을 살리며 불쌍한 사람을 구급(救急)하거든, 하물며 너는 조업(祖業)을 가지고 대대로 치부하여 만석꾼에 이르니 족히 흉년에 이른 백성을 진휼(賑恤) 흉년에 곤궁한 백성을 구원하여 도와줌.도 하거든, 너의 지친(至親)을 구제치 아니하고 송사를 하여 물리치려하니 너같이 무뢰한 놈이 어디 있으리요. 어디 자손은 잘 먹고 어디 자손은 굶어 죽게 되었으니 네 마음에 어찌 죄스럽지 아니하랴. 네 소위(所爲)를 헤아리면 소당 형추정배(刑推定配)할 것이로되 십분 안서(安徐) 잠시 보류함하여 송사만 지우고 내치노니 네게는 이런 상덕(上德) 웃어른에게 받는 은덕.이 없는지라. 저 놈 달라하는 대로 나눠 주고 친척간 서로 의를 상치 말라”
하며, 
“그대로 다짐받고 끌어 내치라”
하거늘, 부자 생각하매 이제 송사를 지니 가장 절통하고 분함을 이기지 못하여 그 놈의 청 으로 정작 무도한 놈은 착한 곳으로 돌아가고 나같이 어진 사람을 부도(不道)로 보내니 그 가슴이 터질 듯하매 전후사를 고쳐 고하면 반드시 효험이 있을까 하여 다시 꿇어앉으며 고하려 한즉 호령이 서리 같아 등을 밀어 내치려 하거늘, 부자 생각하되,
‘내 관전에서 크게 소리를 하여 전후사를 아뢰려 하면 필경 관전(官前)발악(發惡)이라 하여 뒤얽어 잡고 조율(照律) 죄의 경중에 따라 법률을 적용함을 할 양이면 청 듣고 송사도 지우는데, 무슨 일을 못하며 무지한 사령 놈들이 만일 함부로 두드리면 고향에 돌아가지도 못하고 종신(終身)어혈(瘀血)될 것이니 어찌할꼬.’
이리 생각 절기 생각 아무리 생각하여도 그저 송사를 지고 가기는 차마 분하고 애닯음이 가슴에 가득하여 송관을 뚫어지게 치밀어 보다가 문뜩 생각하되, 
‘내 송사는 지고 가거니와 이야기 한 마디를 꾸며내어 조용히 할 것이니 만일 저놈들이 듣기 곳하면 무안이나 뵈리라’
하고 다시 일어서 계하에 가까이 앉으며 고하여 가로되, 
“소인이 천리에 올라와 송사는 지고 가옵거니와 들음직한 이야기 한 마디 있사오니 들으심을 원하노이다. ”
관원이 이 말을 듣고 가장 우습게 여기나 평소에 이야기 듣기를 좋아하는 고로 시골 이야기는 재미있는가 하여 듣고자 하나 다른 송사도 결단치 아니하고 저 놈의 말을 들으면 남이 보아도 체모에 괴이한지라. 거짓 꾸짖는 분부로 일러 왈, 
“네 본디 하향에 있어 사체(事體)경중(輕重)을 모르고 관전에서 이야기한단 말이 되지 못한 말이로되 네 원이나 풀어 줄 것이니 무슨 말인고 아뢰어라”
하니 그 부자 그제야 잔 기침을 하며 말을 내어 왈, 
“옛적에 꾀꼬리와 뻐꾹새와 따오기 세 짐승이 서로 모여 앉아 우는 소리 좋음을 다투되 여러 날이 되도록 결단치 못하였더니 일일은 꾀꼬리 이르되, 
‘우리 서로 싸우지 말고 송사하여 보자’
하니, 그 중 한 짐승이 이르되, 
‘내 들으니 황새가 날짐승 중 키 크고 부리 길고 몸집이 어방져워 통량이 있으며 범사를 곧게 한다 하기로 이르기를 황장군이라 하노니, 우리 그 황장군을 찾아 소리를 결단함이 어떠하뇨’
세 짐승이 옳이 여겨 그리로 완정(完定)하매 그 중 따오기란 짐승이 소리는 비록 참혹하나 소견은 밝은지라. 돌아와 생각하되,
‘내 비록 큰 말은 하였으나 세 소리 중 내 소리 아주 초라하니 날더러 물어도 나밖에 질 놈 없는지라. 옛 사람이 이르되 모사(某事)는 재인(在人)이요, 성사(成事)는 재천 일을 힘써 괴함은 사람에 달렸으나 일을 성취시키는 것은 하늘에 달렸다.이라 하였으니 아믛커나 청촉(請囑) 청을 넣어 위촉함이나 하면 필연 좋으리로다.’
하고 이에 슬기자존하여 밤이 새도록 시냇가와 논뚝이며 웅덩이, 개천 발치 휘도록 다니면서 황새의 평생 즐기는 것을 주워 모으니 갖가지 음식이라. 개구리, 우렁이, 두꺼비, 올챙이, 거머리, 구렁이, 물배암, 찰머구리, 하늘밥도둑쥐며느리, 딱정벌레, 굼벵이, 지렁이, 꽁지벌레, 집게벌레, 구더기 등을 모아 가지고 맵시있는 붉은 박에 보기 좋게 정히 담아 황새집으로 가져갈새, 고주대문(高柱大門) 솟을 대문 들이달아 중대문 들어서며 층층대 넌츳 올라 구량각(九樑閣) 대청 위에 공손히 내려놓고 급급한 소리로 수청 불러 이른 말이, 따오기 문안 아뢰어 달라 하니, 이 때는 정히 하사월(夏四月)망간(望間)이라 황새놈이 낮이면 공사에 골몰하여 낮잠도 변변히 자지 못하고 밤을 당하매 삼사경까지 문객들과 놀다가 겨우 첫잠을 들었더니, 문뜩 수청 부르는 소리를 듣고 놀라 깨어 가만히 그 목소리를 들으니 따오기어늘 생각가되, 이놈이 댁에 올 일이 없고 원간 서어하게 굴더니 이제 반야 삼경에 홀연히 내 사랑 앞에 이으러 무슨 봉물(封物) 선사로 봉하여 보내는 물건, 흔히 시골서 서울 벼슬아치에게 보내는 얘물에 쓰는 말을 가지고 와서 방자히 문안드려 달라 하니, 내 요사이 용권(用權)하는 터에 저런 상놈이 마구 다니다가 무슨 일을 저질고, 제 필연 어려운 일을 당하여 옹색하기로 청촉을 하러 왔는가 싶도다 하며, 먼저 실삭귀할 것을 보리라 하고 거짓 신음하는 소리로 일어앉어 자지천으로 등을 가리우고 등하에 자세히 보니, 과연 온갖 것 갖춰 있으매 모두 다 긴한 것이라. 말려 두고 제사에 씀직한 것도 있으며 서방님 장중(場中) 과장(科場)의 안 출입할 때에 찬합에 넣어 보낼 것도 있으며, 친구에게 응구(應口)할 것도 있으며, 하인에게 행하(行下) 경사가 있을 때 주인이 자기 ㅎ인에게 내려주는 금품할 것도 있고 왜반에 담아 새사돈집에 효도 할 것도 있고, 집에 두고 어린 아기 울음 달랠 것도 있으며 중병 중에 입맛 붙일 것도 있고 혹 생일시에 손님 겪을 것도 있으니 이것이 다 황새에게 긴용한 물건이라. 마음에 흐뭇하고 다행히 여겨 청지기로 하여금 잘 간수하여 두라 하고 그제야 소리를 길게 빼어 이르되,
‘네 목소리를 오래 듣지 못하였더니 어니 그리 허랑무정하냐. 그 사이 몸이나 성히 있으며 네 어미 잘 있느냐. 반갑고 반갑구나. 네 사생존망(死生存亡)을 모르매 궁금하기 측량 없더니 금야에 상면하니 이는 죽었던 것 만나봄 같도다. 그러나 저러나 네 무단히 댁을 절적(絶跡)하고 다니지 아니하니 그 무슨 일이며, 그런 무신한 도리 어디 있으리요, 네 이제 밤중에 왔으니 무슨 긴급한 일이 있느냐. 나더러 이르면 아무 일이라도 잘 어루만져 무사히 하여 제 마음에 상쾌하게 해 주리라.’
따오기 처음은 제 문안 드린 지 여러 해 되고 또 한 밤중에 남의 단잠을 깨워 괴롭게 하였으니 만일 골딱지를 내면 그 긴  부리로 몹시 쪼일까 하였더니, 그렇지 아니하고 다정히 불러들여 반갑게 묻는 양을 보고 그제야 미닫이 앞에 가까이 나아가 아뢰되,
'소인이 근간 사소한 우환(우환(憂患))도 있삽고 생계에 골몰하와 주야로 분주하옵기로 오래 문안 못 드렸더니 이제 와 문안을 아뢰오니 황공 무지하와 아뢸 말씀 없삽거니와, 다만 급한 일이 있삽기로 죄를 무릅쓰고 언뜻 왔사오니 하정(下情)에 외람하옴을 이기지 못하리로소이다.’
황새놈이 덩싯 웃고 이르되,
‘이런 급한 일이 있기에 나를 보러 왔지, 그렇지 아니하면 어찌 왔으리요. 그러나 네 무슨 일인지 네 소회를 자세히 아뢰어라.’
따오기 아뢰되,
“다른 일이 아니오라 꾀꼬리와 뻐꾸기와 소인과 세놈이 우는 소리 겨룸하였더니 자과(自誇)를 부지(不知)라. 그 고하를 정치 못하옵기로 결단치 못하왔삽더니 서로 의논하되 장군께옵서 심히 명철처분하시므로 명일에 댁에 모여 송사하려 하오니 그 중 소인의 소리 세놈 중 참혹하여 아주 껑짜치오니 껑짜치다 면목이 없다. 열없고 어색하여 매우 거북하다. 필야 송사에 이기지 못하올지라. 미련하온 소견에 남 먼저 사또께 이런 사연을 아뢰어 청이나 하옵고 그 두 놈을 이기고자 하오니, 사또 만일 소인의 전정(前情)을 잊지 아니하옵시고 명일 송사에 아래 하(下)자를 웃 상(上)자로 도로 집어 주옵심을 바라옵나이다.‘
황새놈이 이 말을 듣고 속으로 퍽 든든히 여겨 하는 말이,
‘도시 상놈이란 것은 미련이 약차하여 사체경중(事體敬重)을 아지 못하고 제 욕심만 생각하여 아무 일이라도 쉬운 줄로 아는구나. 대저 송사에는 애증(愛憎)을 두면 칭원(稱寃)도 있고 비례 호송하면 정체에 손상하나니 어찌 그런 도리를 알리요. 그러나 송사는 곡직을 불계(不計)하고 꾸며대기에 있나니 이른바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이라 어찌 네 일을 범연히 하여 주랴. 전에도 네 내 덕도 많이 입었거니와 이 일도 내 아무쪼록 힘을 써 보려니와 만일 내 네 소리를 이기어 주어 필연 청 받고 그릇 공사한다 하면 아주 입장이 난처하게 되리니 이를 염려하노라.’
따오기 고쳐 아뢰되,
‘분부가 이렇듯 하시니 상덕(上德)만 믿고 가나이다.’
황새 웃고 이르되,
‘성사하기 전 세상사를 어찌 알리요, 어디 보자’
하거늘, 따오기 하직하고 돌아왔더니, 날이 밝으매 세짐승이 황새집에 모여 송사할새 황새놈이 대청에 좌기하고 무수한 날짐승이 좌우에 거행하는지라. 그 중 수리는 율관(律官) 과거(科擧)의 율과(律科)에 급제하여 임명된 관원이요 솔개미, 까치, 징경이, 올빼미, 바람개비, 비둘기, 부엉이, 제비, 참새 등 짐승이 좌우에 나열하여 불러 들이니 세 놈이 일시에 들어와 아뢰되,
‘소인 등이 소리 겨룸 하옵더니 능히 그 고하를 판단치 못하오매, 부월(斧鉞) 여기서는 중형(重刑)의 뜻, 작은 도끼와 큰 도끼. 옛날 출정(出征)하는 대장이나 군직을 띠고 지방에 나가는 사람에게 임금이 손수 주던 것임을 무릅쓰고 사또 전에 송사를 올리오니 명찰처분하옵심을 바라옵나이다.’
하되, 황새 정색하고 분부하여 이르되,
‘너희 등이 만일 그러할진대 각각 소리를 하여 내게 들린 후 상하를 결단하리라.’
하니 꾀꼬리 먼저 날아들어 소리를 한번 곱게 하고 아뢰되,
‘소인은 방춘화시 호시절에 이화도화 만발하고 앞내의 버들빛은 초록장 드리운 듯 뒷내의 버들빛은 유록장(柳綠帳) 드리운 듯, 금빛 같은 이내 몸이 날아들고 떠들면서 흥에 겨워 청아한 쇄옥성을 춘풍결에 흩날리며 구십춘광 보낼 적에 뉘 아니 아름답게 여기리이까.’
황새 한번 들으매 과연 제 말과 같으며 심히 아름다운지라. 그러나 이제 제 소리를 좋다 하면 따오기에게 청받은 뇌물을 도로 줄 것이요, 좋지 못하다 한즉 공정치 못한 것이 정체가 손상할지라. 침음반향(沈吟半珦) 입속으로 웅얼거리며 반나절이나 깊이 생각함에 제사(題辭)하여 으르되,
‘네 들어라. 당시에 운하되 타기황앵아(打起黃鶯兒)하여 막교지상제(莫敎枝上啼)라 하였으니 네 소리 비록 아름다우나 애잔하여 쓸데없도다.’
꾀꼬리 점즉히 물러나올새 뻐꾹새 또 들어와 목청을 가다듬고 소리를 묘하게 하여 아뢰되,
‘소인은 녹수천산(綠水千山) 깊은 곳에 만학천봉 기이하고 안개 피어 구름되며 구름 걷어 다기봉하니 별건곤이 생겼는데 만장폭포 흘러내려 수정렴을 드리운 듯 송풍은 소슬하고 오동추야 밝은 달에 섬꺼운 이내 소리 만첩산중에 가금성이 되오리니 뉘 아니 반겨하리이까.’
황새 듣고 또 제사하여 이르되,
‘월낙자규제(月落子規啼)하니 초국천일애(楚國千日愛)라 하였으니, 네 소리 비록 쇄락(灑落)하나 십분 궁수(窮愁) 곤궁(困窮)을 겪는 근심하니 전정을 생각하면 가히 불쌍하도다.’
하니 뻐꾹새 또한 무료하여 물러나거늘, 그제야 따오기 날아들어 소리를 하고자 하되 저보다 나은 소리도 벌써 지고 물러나거늘 어찌할꼬 하며 차마 남 부끄러워 입을 열지 못하나 그 황새에게 약 먹임을 믿고 고개를 낮추어 한번 소리를 주하며 아뢰되,
‘소인의 소리는 다만 따옥성이옵고 달리 풀쳐 고하올 일 없사오니 사또 처분만 바라고 이나이다.’
하되, 황새놈이 그 소리를 문뜩 듣고 두 무릎을 탕탕치며 좋아하여 이른 말이,
‘쾌재(快哉)며 장재(壯哉)로다. 음아질타에 천인이 자폐(自斃) 자살(自殺)함은 옛날 항장군의 위풍이요 장판교 다리 위에 백만군병 물리치던 장익덕의 호통이로다. 네 소리 가장 웅장하니 짐짓 대장부의 기상이로다.’
하고 이렇듯 처결하여, 따옥성을 상성으로 처결하여 주오니, 그런 짐승이라도 뇌물을 먹은 즉 오결하여 그 꾀꼬리와 뻐꾹새에게 못할 노릇 하였으니 어찌 앙급자손(殃及子孫) 아니 하오리이까. 이러하온 짐승들도 물욕에 잠겨 틀린 노릇을 잘 하기로 그 놈을 개 아들 개자식이라 하고 우셨으니, 이제 서울 법관도 여차하오니 소인의 일은 벌써 판이 났으매 부질 없는 말하여 쓸데없으니 이제 물러가나이다.”
하니 형조관원(刑曹官員)들이 대답할 말이 없어 가장 부끄러워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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