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白鶴扇傳 - 作者不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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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학선전(白鶴扇傳)

<앞부분 줄거리> 명나라 시절 남경땅에 사는 유시랑(劉侍郎)은 대대로 충과 효로써 이름 높은 가문의 후예로 늦도록 자식이 없어 안타까워 하였다. 그러던 중 부인이 일월성신에게 빌어 북두성의 지시로 아들을 얻게 되었는데, 그 이름을 백로(伯魯)라 하였다. 백로는 실상 천상세계의 선동(仙童)으로서 옥황상제께 죄를 지어 지상세계로 쫓겨온 인물이었다. 이 유백로가 장성하여 여주인공 조은하를 만나 가보(家寶)인 백학선에 시를 지어 주고, 이것이 인연이 되어 헤어졌던 이들 남녀 주인공이 다시 만나서 행복을 누리게 된다. 그런데 이 조은하 역시 천상세계의 선녀로서 옥황상제께 득죄하여 지상세계로 쫓겨온 인물이었다.
 
  유한림은 표(表)를 올려 선산(先山)에 분향한 후에, 모친을 뵙고, 다시 상경하여 황제께 작별을 아뢰므로, 황제가
  “경으로 남방순무어사(南方巡撫御使)를 명하니, 민간의 고통과 각읍 수령의 선악을 잘 살펴서 짐이 믿는 바를 저버리지 말고 잘 다스리라.”
하고 분부하시더라. 유 어사는 곧바로 하직하고 물러나와서,
  ‘이제 어사가 되었으니, 그 전에 소상 죽림에서 백학선(白鶴扇)을 정표로 준 여자를 찾아서 평생의 원을 이루어 보겠다.’ 하고 사모해 오던 조은하 낭자 찾기를 스스로 다짐하였으매, 이 무렵에 조 낭자는 춘광(春光) 15세라. 아리따운 자태와 기이한 재주가 짐짓 절대가인이었으며, 낭자는 일찍이 소상 죽림에서 우연히 어떤 소년을 만나서 유자를 주고 백학선을 받았는데, 점점 장성함에 따라서 백학선을 내어본 즉, ‘요조숙녀(窈窕淑女) 군자호구(君子好逑)’라 쓰고 그 밑에 그 소년의 사주(四柱)가 기록되어 있었으므로 이것이 천생연분이라 믿고, 또한 남모르게 흠모하고 있더라.
  이 때 최국양은 당금에 임금의 은총이 으뜸이요, 일대에 인물과 학문이 탁월하여 말을 잘하였으므로 명사(名士) 재상의 딸 둔 자로부터 구혼하는 곳이 많았으나 모두 거절하였고, 오직 조 상서의 딸이 경국지색(傾國之色)의 미인이라는 소문을 듣고 매파를 보내서 구혼하더라.
  이에 대하여 조 상서가 꼭 허혼하려고 작정을 하자 은하가 놀라고 심려한 나머지 음식을 전폐하고 누워 일어나지 못하고, 명재경각(命在頃刻)으로 위독하더라. 조 상서 부부는 딸의 이런 모습에 깜짝 놀라서 조용히 묻기를
  “우리 늦게야 너를 얻어서 재미를 붙이고, 어진 배필 구하여 원앙쌍유(鴛鴦雙遊)의 모습을 보려고 하였더니, 지금 갑자기 왜 음식을 전폐하고 스스로 죽으려고 하느냐. 숨기지 말고 그 곡절을 말하라.”
  은하가 주저하다가 눈물을 흘리면서 호소하기를,
  “저 같은 불효한 인생이 살아서 무엇하겠습니까? 죽어서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자 하오니 제 정상을 살펴 주십시오. 제가 열 살 때, 외가에 다녀오던 중에 길에서 유자를 얻어 가지고 오다가 소상 죽림에서 잠깐 쉬고 있었는데, 때마침 한 소년 선비가 지나가다가 유자를 달라기에 두어 개 주었더니 반갑게 받아먹고 소년 선비가 그 사례로 백학선을 주기에 고맙게 받아 두었는데, 요전에 그 백학선을 본즉, 그 때는 글을 몰라서 뜻을 깨닫지 못하였으나 백년가약의 약속이었던 것을 알았사옵니다. 저는 놀라고 그 부채를 받았던 것을 뉘우쳤으나 이것 또한 천생연분이 분명하옵고 제 팔자가 무상(無常)하옵기로 다른 뜻은 두지 않음이니, 다른 가문에 허혼하지 마십시오.”
  깜짝 놀란 부친은,
  "네 말을 들으니 그것 또한 천수(天數)라 할 수 없으니 그 선비를 어디 가서 찾아오겠느냐? 네 뜻을 따른다 할지라도 실로 난처한 기대가 아니겠느냐?"

  “충신은 불사이군이요, 열녀는 불경이부라 하오니, 소녀는 결단코 타문을 섬기지 않을 것이며, 더구나 그 때 한 번 본 소년이 신의를 가진 군자이므로, 무신한 일이 없으리라 믿사옵고 또 백학선은 세상에 기이한 보배이므로 무단히 남을 주지 않고 잘 간수할 생각입니다.”
  조 상서가 딸의 말을 듣고서, 그 철석 같은 마음을 억제하지 못할 줄 알고, 최국양에게 전하였으니 그가 격분하고 장차 복수하려는 앙심을 품게 되니라.
  이 무렵에 가달이라는 오랑캐가 강성하여 변방을 침범하므로 황제가 최국양을 우승상으로 삼아 오랑캐의 침범을 무찌르라고 분부하시니, 최 승상이 황명을 받들고 황성으로 올라갈 때에 부하에게 은밀히,
  “내 아들과 조성로의 딸과 정혼하였더니 무단히 퇴혼을 하였으매, 그런 무신한 필부가 어디 있겠소. 지체가 얕은 미관으로서 대신을 희롱한 행동이니 내 마땅히 그놈을 살해할 것이로되, 지금 국사로 급히 상경하게 되었소. 그러니 그대가 나를 대신하여 조성로의 일족을 잡아다가 엄중중치하여, 만일 그 혼인을 승낙하거든 용서하고 그래도 듣지 않거든 신속히 엄형으로 처벌하시오. 그리고 딸은 음행죄로 다스려서 관비로 만들어 버리시오.”
하고 상경하니라. 형주 자사는 즉시 하황현에 문서를 보내 조성로의 일가를 성화같이 잡아 올리라고 통달하였고, 하황현의 현령 전홍뢰가 자사의 문서를 받고 곧 관차(관아에서 파견하는 아전)를 발하여 조성로를 연행해 가려고 재촉하니라. 이에 조 상서가 짐작하고 관차를 따라서 관부로 갔더니 현령이 최국양의 사연을 전하고,
  "조공은 이 사실을 알겠지요."
하고 추궁하더라. 조 상서는 이것이 꼭 최국양이 사원(私怨)으로 보복하려는 비굴한 음모임을 알고 전후 곡절을 자세히 말하였더니, 현령도 그것이 정혼하였던 것을 퇴혼한 무신이 아니고, 구혼한 것을 딸의 정렬한 뜻에서 사양하였을 뿐임을 알고, 그 정상을 딱하게 여기더라.
  “조공이 관의 문서대로 잡혀가면 죽음을 면하지 못할 것이 분명하오. 내 일시의 현령으로 이 고을에 있다가 애매한 사람을 구하지 않으면 하늘의 재앙을 받을 테니 어찌 조공을 지하로 보내겠소. 조공은 빨리 돌아가서 성명을 숨기고 밤으로 도망하여 자취를 멀리 감추시오.”
하고 몰래 놓아주니라. 그 후에 현령은 형주 자사에게, 조성로가 체포되기 전에 도주하고 없어졌다는 거짓 보고를 하였고, 조 상서는 현령의 은덕을 고맙게 여기고 가족을 데리고 야반도주하여 남경으로 행하더라.
<중략>
유 원수의 승패를 몰라서 근심하던 중에, 갑자기 패전한 비보(悲報)가 황성에 전해지고, 황제에게도 보고가 올라갔더라. 황제가 크게 놀라시고 전황 보고서를 보신즉, 삼만 장병이 함몰하고 유 원수는 적진으로 잡혀갔다는 뜻밖의 일이었으며, 황제가 어쩔 줄을 모르실 적에 승상 최국양이 아뢰되,
 “이제 유백로가 패전하여 삼만 군병이 한 명도 살아 돌아오지 못하고 유백로 또한 도적에게 굴복 투항하였다 하오니, 빨리 그 불충의 일문(一門)을 적몰하시고, 그 아비를 잡아다가 국법의 엄정함을 밝히소서.”
하고 자기의 계획대로 될 것을 속으로 몹시 기뻐하면서 가혹한 참소를 하니, 이에 황제가 마지못하여 즉시 무사를 보내서 유 상서 부부를 체포하여 옥에 가두라고 명하시니라. 아들의 소식을 주야로 근심하던 유 상서 부부는 천만 뜻밖에 아들이 패전하고 도적에게 잡혀간 비보를 듣고 자결하려 하던 중 불시에 무사들이 달려들어서 상서 부부와 상하 노복을 전부 잡아가고, 집안의 재산을 전부 몰수하여 갔으므로 자결의 때가 늦었음을 한탄하며 옥으로 잡혀가더라. 천지가 망망하여 여러 번 기절하고 정신이 깨면 눈물이 비 오듯 하여 옷을 적시고 말을 하지 못하였으나, 무사의 재촉이 풍우같이 몰아쳐서 옥중에 가두어 버리더라.
이런 소란 통에 노인은 은하 낭자의 편지를 갖고, 유 상서 집에 감히 들어가지 못하고 그 근처를 배회하면서 수소문하다가, 백성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탄식하는 소리가,
“이런 슬프고 가련한 일이 어디 있을까. 유 상서 내외분이 나라에 무슨 죄를 졌다고 잡아다 옥에 가두고 그 집을 적몰시키는가? 유 원수가 싸움에 진 것은 유 원수의 죄가 아니라 승상 최국양이 앙심을 품고 일부러 군량을 보급해 주지 않아서 삼만 장병을 굶겨 죽게 하였기 때문이라. 이 얼마나 천인공노할 나라에 대한 반역이랴. 참으로 원통한 일이로다.”
노인이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라서 옥으로 달려가서, 옥졸들에게 뇌물을 주고 옥중에서 유 상서 부부를 찾아간즉, 상서 부부가 거적자리에서 울고 있었는데, 옛날의 충복이던 노인도 그 부부 앞으로 가서 말하기 전에 통곡부터 하더라.
“너는 어떤 사람인데 이런 데까지 와서 우리를 보고 슬퍼하느냐?”
유 상서가 늙은 상사람의 기이한 행동을 보고 의아하여 물으니,
“대감께서 어찌 소복(小僕)을 못 알아보십니까? 저는 그 전에 대감댁의 창두 충복이옵니다. 남경의 유 원수님 소식이 참혹하므로 대감께 아뢰려 왔삽더니, 대감께서 이처럼 죄 없이 옥중에 고생하심을 보고 망극하와 옥졸에게 뇌물을 주고 뵈옵고자 들어왔습니다.”
“아, 그런가. 네 충심은 감격하나 옥중에 들어옴은 위험한 일이니 빨리 돌아가서 화를 입지 말아라.”
유 상서는 옛날 노복이 자기 때문에 또 억울하게 죄에 연루될까 두려워하고 일렀으나, 노복은 다시 눈물을 흘리고,
“제 급히 상경하여 대감께 뵈러 온 일은 다름 아니오라 유 원수님 처실(妻室) 되시는 조 소저의 글월을 올리기 위하여 왔습니다.”
유 상서는 놀라서 반문하기를,
“조 소저는 어떤 낭자인데, 나에게 서신을 보냈느냐. 좌우간 그 서신이나 보여라.”
노복이 품에 깊이 간직하였던 조은하 낭자의 봉서를 꺼내더라. 두 팔이 결박된 유 상서는 노복에게 편지를 펴서 들라고 하고 여자 글씨의 사연을 읽더라.
‘박명 죄첩 조은하는 돈수백배(頓首百拜)하옵고, 감히 한 장의 글월을 좌하에 올리옵나이다. 이 어린 죄첩이 어려서 외가에 갔삽다가 우연히 길에서 낭군을 만나 백학선을 주기로, 어린 마음에 귀히 여겨서 받았삽더니, 어찌 그것이 신물인 줄 알았겠습니까. 나이가 장성하여서 그 부채의 맹약서를 보옵고 굳이 절을 지켜 왔삽더니, 저 악덕을 일삼는 최국양의 암해로 자사가 잡고자 하므로 부모와 망명 도주하다가, 부모는 천리 객지에서 억울하게 구몰하셨습니다. 그 후로 저는 외롭고 약한 여자로서 망극하고 살아갈 가망이 없어서 부모의 뒤를 따라 죽고자 하였습니다마는 그러나 저마저 죽사오면 부모의 후사가 멸할 것을 깨달아 참고 지내옵던 바, 낭군의 소식을 알 길이 없사와 부득이 남자로 변복하고 유리표박(遊離漂泊)하옵다가, 천만 의외에 망극하온 소식을 듣잡고 정신이 아득하와 낙망 중에 있습니다. 이제 나아가 시부모님 전에 면목을 뵈옵고 낭군의 처소에서 함께 죽고자 하오나 존의를 알지 못 하와 감히 글월로 고하옵나니 한번 만나 뵈옵도록 허락하시와 구천타일(九天他日)에 여한이 없게 하소서. 쓰기를 임하와 눈물이 앞을 가리우고 정신이 산란하와 대강 기록하나이다.’
유 상서 부부가 편지 사연을 본 뒤에 은하 낭자의 가련한 정상에 여러 번 탄식하고 기절할 것 같더라.
“대감 마님 양위께서는 너무 슬퍼하지 마시고 귀체를 보중하소서. 명천이 굽어 살피심이 있사오니 후일에 다시 좋은 시절이 있을 것입니다.”
“고맙다. 수고하였느니라. 너는 빨리 되돌아가서 조 소저에게 전하되, 나는 명이 기구하여 한낱 자식을 두었다가 생전에 다시 보지 못하고, 부자가 남북에 갈려서 죽기에 이르렀는데, 이제 이처럼 위무해 주니, 그 뜻은 고마우나 이곳이 외인을 통하지 아니하는 옥중이니 어찌하랴. 또한 내가 기주에서 벼슬을 하고 있을 때에 어떤 소년이 백학선을 갖고 있어 수개월 동안 옥에 가두고 우리 집 백학선을 훔치지 않았느냐고 심문한 적이 있거니와 이제 생각하니 참괴하여 마지않거니와, 나의 명이 언제 끊어질지 모르니 어찌 서로 만날 수가 있으랴. 소저는 나를 만나볼 생각을 말고 길이 귀체를 보중하시라고 전갈하여라.” <하략>
 
 
 
<작품 해설>
 
  이 작품은 내용과 문체상의 특성으로 미루어 18세기 이후에 쓰여진 것으로 추정되는 작자 · 연대 미상의 고전소설으로 국문활자본이다. 남녀 주인공들이 가연(佳緣)을 맺을 때 교환한 신물(信物) '백학선'을 표제로 한 작품이다. 천상세계에서 죄를 지은 선관 · 선녀가 인간 세상으로 쫓겨와서 갖은 고초 끝에 서로 만나고 또 오랜 역경 끝에 행복을 찾아 영화를 누리다가 삶을 마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른바 적 강소설(謫降小說)이면서, 영웅 소설이고, 애정 소설에 해당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남녀 주인공들의 애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철저한 애정소설이라고 하는 것에 특색이 있다. 혼인에 있어서, 부모나 임금의 뜻보다는 주인공들의 뜻이 더 존중되고 있고, 선뜻 받아들여지고 있는 점에서 이를 알 수 있다. 또한 남녀 주인공이 각기 싸움터에 자원하여 나아가는 것도 국가나 왕에 대하여 충성하고 부모에게 효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각자의 애인을 찾기 위함이라는 점 또한 특기할 만하다. 여성의 전쟁 출전을 황제가 허락하고 있다고 하는 사실도 여성의 지위 향상 및 여권(女權)의 신장 등과 관련이 있다고 하겠다. 이 작품에서는 '백학선'이라는 부채가 주제를 실현하며 사건과 인물들을 얽히게 하고 갈등과 극적 긴장성을 조성하고 있다. 또한 인물들의 무훈담을 통하여 주제인 애정 윤리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제목인 '백학선'의 의미>
  '백학선'은 흰 학이 그려진 부채를 말하는데, 사물의 이름을 제목으로 설정한 것이 매우 특징적이다. 사건을 이끌어 가는 것은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이 부채이다. 부채가 등장하는 부분이 유백로와 조은하의 만남이요, 그 부채에 쓰인 말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조은하의 집안은 몰락하고 그녀의 부모는 죽게 된다. 부채를 소유한 조은하는 시아버지로 인해 옥에 갇히고, 후에 대원수가 되어 적을 무찌르는 대목에서 부채에 그려진 학이 솟아 도움을 받는다.  남자 주인공인 '유백로'의 이름 또한 어머니인 김씨의 꿈에 백학을 타고 내려온  청의동자를 보고 낳았기 때문에 지어진 이름이다. 이와 같이 이 작품은 이미 태몽과 이름에서 '백학선'의 존재를 암시하고 있다. 그리하여 '백학선'은 주인공 자체의 존재 이유를 설명하는 귀중한 존재가 된다. 이 작품의 제목이 '유백로전'이 아니라 '백학선전'이 된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백학선전>에서는 주인공의 탄생 그 이전에 '백학선'이 먼저 존재한 것이다.
 
 
 
 
요점 정리
 해제 : 이 작품은 천상 세계에서 죄를 지은 선관 선녀가 인간 세상으로 쫓겨와서 갖은 고초와 역경 끝에 행복을 찾고 영화를 누리다가 삶을 마치는 과정을 그린 영웅 소설이자 애정 소설이다. 남자 주인공보다 여자 주인공이 적극적 인물로 그려졌다는 점에서 ‘박씨전’과 같은 여성 영웅 소설의 범주로도 포함시킬 수 있으며, 두 주인공 사이의 애정이 처음부터 끝까지 중심 화두가 된다는 점에서 애정 소설의 성격도 두드러진 작품이다. 또한 두 주인공이 맺어지기까지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는 점에서 ‘혼사 장애담’에 해당하는 소설이기도 하다. 영웅 소설마저도 애정물로 전환했던 조선 후기의 경향을 잘 보여 주는 작품이다.
 주제 : 남녀 간의 신의 있는 사랑과 호국
 서술상 특징 : 적강 구조를 취하고 있으며, 유교적 충의보다 남녀 간의 애정 관념을 중시함.
 전체 줄거리 : 명나라 때, 유 태종은 꿈에 ‘천상에서 죄를 지어 당신의 자식이 되고자 한다. 이 아이의 배필은 서남에 있다.’는 선녀의 말을 듣고 아들을 잉태하였는데, 그가 바로 유백로이다. 이부상서 조경노도 절에 기도를 하여 ‘천상의 시녀’가 딸로 태어나게 되니, 이름을 조은하라 하였다. 운수 선생에게 가던 열세 살의 유백로는 길가에서 열 살의 조은하를 만나, 집안대대로 보물로 전해 내려오던 백학선에 ‘요조숙녀 군자호구’라는 글귀를 써서 주고는 훗날을 기약한다. 그 뒤 병부상서 문 상서가 유백로를 사위로 맞고자 하나 유백로가 벼슬을 얻은 뒤 하자고 거절하자 앙심을 품게 되고, 최국양도 조은하를 며느리로 맞고자 하나 조은하가 유백로로 인해 거절하자 앙심을 품는다. 유백로는 과거에 급제하여 남방순무어사로 부임하여 조은하를 찾았으나 찾지 못하자 병이 들어 벼슬을 버린다. 이 때 오랑캐 가달이 쳐들어오자, 유백로는 최국양이 간한 대로 대원수가 되어 가달을 막으려 하나, 최국양이 군량을 보내 주지 않아 패전하여 가달에게 잡히고 만다. 방황하던 조은하는 주막에서 점괘를 보고 유백로가 위험함을 알고는 임금에게 자원한다. 병법과 무술에 신통력이 있음을 본 임금은 조은하에게 원수 가달을 물리치도록 허락한다. 조은하는 결국 선녀의 도움으로 오랑캐를 물리치고 유백로를 구해 돌아온다. 이에 최국양은 처벌을 받고, 유백로와 조은하는 연왕, 연왕비가 되어 팔순까지 살고 하늘로 올라간다.
이해와 감상
작자 · 연대 미상의 고전소설. 국문활자본. 남녀 주인공들이 가연(佳緣)을 맺을 때 교환한 신물(信物) ‘ 백학선 ’ 을 표제로 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천상세계에서 죄를 지은 선관 · 선녀가 인간세상으로 쫓겨와서 갖은 고초 끝에 서로 만나고 또 오랜 역경 끝에 행복을 찾아 영화를 누리다가 삶을 마치는 과정을 그린 것이다. 이른바 적강소설(謫降小說)이면서 영웅소설이고, 애정소설에 해당한다.
명나라 시절 남경땅에 사는 유시랑(劉侍郎)은 대대로 충과 효로써 이름 높은 가문의 후예로 늦도록 자식이 없어 안타까워 하였다.
그러던 중 부인이 일월성신에게 빌어 북두성의 지시로 아들을 얻게 되었는데, 그 이름을 백로(伯魯)라 하였다. 백로는 실상 천상세계의 선동(仙童)으로서 옥황상제께 죄를 지어 지상세계로 쫓겨온 인물이었다.
이 유백로가 장성하여 여주인공 조은하를 만나 가보(家寶)인 백학선에 시를 지어 주고, 이것이 인연이 되어 헤어졌던 이들 남녀 주인공이 다시 만나서 행복을 누리게 된다. 그런데 이 조은하 역시 천상세계의 선녀로서 옥황상제께 득죄하여 지상세계로 쫓겨온 인물이었다.
이 소설은 무엇보다도 남녀 주인공들의 애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철저한 애정소설이라고 하는 것에 특색이 있다. 혼인에 있어서, 부모나 임금의 뜻보다는 주인공들의 뜻이 더 존중되고 있고, 선뜻 받아들여지고 있는 점 또한 특징적이다.
남녀 주인공이 각기 싸움터에 자원하여 나아가는 것도 국가나 군왕에 대하여 충성하고 부모에 대해서 효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애인을 찾기 위해서라고 하는 점 또한 특기할 만하다. 여성의 출전을 황제가 허락하고 있다고 하는 사실도 여성의 지위 향상 및 여권(女權)의 신장 등과 관련이 있다고 하겠다.
이 소설은 비교적 진보적인 사상을 담고 있는 특징있는 작품으로서 조선조 후기의 작품이 아닌가 한다. 이것을 소설로 문제 삼을 때, 남주인공 유백로와 여주인공 조은하가 천상계에서 애정을 나눈 죄로 적강했다고 하는 사실과 지상계에서의 인생 편력 과정은 유기성을 지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조은하의 경우, 적강의 죄목이 ‘ 은하수에 오작교 놓은 것 ’ 으로 되어 있는 데 대해 유백로의 경우, 그저 ‘ 상계에서 득죄 ’ 한 것으로 되어 있는 점이 주목된다. 국립중앙도서관과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그리고 도서관 · 단국대학교 율곡기념도서관 나손문고(舊 金東旭 소장본) 등에 소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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